5. 왜 읽기를 해야하는가 - 첫번째 : 아이와 성인의 학습방법
많은 분들이 성인이 된 이후로는 언어 학습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말합니다. 성인이 된 이후에는 절대로 다른 언어를 완벽히 익히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어요. 맞는 말입니다. 성장과정 중 언어 뿐만 아니라 학습능력 자체가 극대화되는 특정 시기가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영어교육학에서는 일정 나이(10~14세) 이후로는 외국어의 습득이 확실히 느려지고, 그렇기에 언어공부를 위한 노력이 곱절로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렇지만 실망하지 마세요, 오히려 성인이기에 언어학습에서 유리한 점도 분명 있습니다.
다들 주지하다시피 언어는 읽기, 듣기, 쓰기, 말하기의 연동입니다. 이 모든 분야가 골고루 발달되어야 하겠지만, 새로운 언어를 접하고 배우기 시작할 때 무엇부터 시작해야하는가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의견이 분분한 실정입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아이들이 언어를 학습하는 방식, 즉 듣기를 우선적으로 중시하여 공부해야한다고 여기시더군요. 과연 그럴까요? 안타깝게도 언어인지학에서는 12~13살이 지난 이후에 듣는 것만으로는 언어를 학습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극단적인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한국어를 포함한 다른 언어에 노출되는 일 없이 아랍어 라디오를 여러분이 2년간 매일 하루종일 꾸준히 들었다고 가정해봅시다. 여러분은 2년 뒤, 아랍어를 할 수 있을까요? 아마도 불가능할 겁니다. 알 자지라 방송을 2년간 매일 꾸준히 본다면 자주 나오는 몇 단어의 의미 정도는 추측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TV 방송은 이미지가 함께 나오기 때문에 조금 더 학습에 유리할테니까요. 그러나 여전히 가시적인 학습 효과가 나타나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사물과 행위를 보고 듣는 것으로 언어를 학습합니다. 소리와 이미지의 연동이라고 볼 수 있겠죠. 이것이 듣기가 선행 가능한 유일한 언어학습 방법입니다. 아이들이 책상이란 단어를 배울 때 책상이라는 물건이나 사진을 보면서 의미를 이미지로 기억하는거죠. 말하기와 듣기는 아마 문자 이전에 존재했을테고, 아이는 문자를 이해하지 못하니 이미지로 말하기와 듣기를 먼저 배웁니다. 어느 쪽이든간 문자로서 의미를 학습할 수 없는 경우에 한정되어있죠. 아이는 생후 몇 년간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고 모든 시간을 부모와의 상호교류 및 주변 정보를 통해 듣기 학습을 하고 있습니다. 성인으로서 생업을 내팽개치고 몇 년간 하루종일 매일같이 부모처럼 영어로 말하며 생활해 줄 사람과 사는 것이 아니라면 듣기만을 통한 학습은 효율성이 매우 떨어집니다. 설령 그렇게 학습이 가능하다한들 아이들의 언어 수준은 매우 빈약합니다. 10살짜리 아이에게 신문의 정치면이나 경제면을 보여주면서 읽고 설명해보라고 하면 그 아이는 얼만큼 설명을 할 수 있을까요? 10여년을 아이가 학습하는 방법으로 공부를 한다고 해도 성인에게 쓸모있는 수준의 언어를 구사하지 못한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저는 성인이 아이에 비해 언어학습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부분이 문자로 학습이 가능한 높은 지적능력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듣기로 언어학습을 시작하여 말하기로 학습이 이어지는 것은 위에서 말했다시피 소리와 이미지의 연동으로 학습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 이후에 문자를 익히는 읽기를 배우게 되고, 쓰기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이러한 유년기를 거쳐온 성인은 처음부터 문자를 통한 외국어 학습이 가능합니다. 굳이 사물을 보거나 행위를 관찰하여 언어와 매치를 시키는 학습법이 아니라, 이미 이미지에 대한 언어가 확립되어 있기 때문에 읽는 행위만을 통해서도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정보를 학습할 수 있는 것이죠.
그렇기에 성인의 언어 학습 방법은 읽기로 시작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듣기가 읽기보다 선행되어야한다는 공부법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듣기는 읽기와 병행되어야하고, 굳이 둘 중에 먼저 해야하는 것을 선택한다면 읽기를 꼽을겁니다. 성인에겐 읽기가 듣기보다 쉬울 수밖에 없고, 쉬운 것부터 하는 것이 언제나 학습의 효율이 높다고 믿거든요. 저는 아이와 성인이 언어를 배우는 방식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고 보고, 성인으로써 취할 수 있는 어드밴티지를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저는 아이가 반드시 언어를 학습하기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특히 높은 수준의 언어로 갈수록 더욱 지적능력이 높은 성인이 유리하다고 보고요. 그것이 우리나라 영어 교육과정에서 독해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이유고, 많은 한국인들이 읽기, 듣기, 쓰기, 말하기 중 영어를 읽는 것에 제일 큰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죠.
그렇다면 많은 이들이 영어를 공부하는 것에 있어서 읽는 것만큼은 자신있어 하는데 왜 여전히 영어를 어려워하는 걸까요? 역시 읽기만 공부하고 다른 분야의 공부를 소홀히했기 때문일까요? 다음 글에서 알아보겠습니다.